[새소식] 중국발 ‘컨테이너 대란’… 수출품 실을 박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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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재고 물량 밀어내기로 싹쓸이… 컨테이너 못 구해 출항 취소 사태
해운·물류업계에서 중국발(發) 밀어내기 수출의 여파로 ‘컨테이너 대란’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중국의 재고 물량을 대거 수출하려는 움직임에다 오는 8월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을 앞두고 미국 수입업자들의 알리·테무 등을 통한 저가 중국 제품 사재기 움직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물건을 보관·운송하는 컨테이너 박스까지 ‘중국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수출 기업은 급등하는 해운 운임에 이어 컨테이너 박스 구하기까지 어려워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대란’은 곳곳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한 화물 운송 기업은 부산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항으로 가는 40피트 컨테이너 2대 계약이 지난달 말, 출항 일주일을 앞두고 취소됐다. “한 달 전에 예약했다”고 항의했지만, 선사에선 “컨테이너가 없는데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심지어 출항 이틀 전 취소되는 일도 있어 납기 지연과 손해는 당연한 일”이라며 “냉장·냉동 컨테이너는 아예 구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도 지난달 둘째 주 출항 예정이었던 화물이 컨테이너 부족으로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컨테이너 박스는 선박 노선에 따라 세계를 돌며 ‘회전’이 돼야 하는데 중국~미국 노선에 쏠리면서 대여료가 급등하는 등 다른 지역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했다. 해운물류 컨설팅기업 엑스체인지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항을 출발해 미국과 유럽 주요 항만을 향하는 노선에서 컨테이너 박스 대여료는 최근 반년 새 2~3배나 급등했다.
해운 운임 폭등으로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화물을 보내려 해도 담을 ‘상자’가 없는 셈이다. HMM 등 규모가 큰 국적 선사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보유하고 일부만 대여 업체로부터 빌리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은 포워딩(운송대행) 업체를 통해 대여해야 해 더 심각하다.
보통 컨테이너선이 중국에서 선복량(적재 능력)의 80%를 채우고 미국을 갔다가 돌아올 때 50% 수준으로 오면서 부산항 등에서 공(空) 컨테이너가 풀린다. 최근에는 아예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중국과 미국만 오가는 경우가 늘며 빈 컨테이너도 찾기 어려운 것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보통 부산에서 빈 컨테이너를 확보했는데, 최근에는 경기 의왕, 전남 광양, 인천까지 전전하면서 겨우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컨테이너를 선사에 리스(대여)하는 글로벌 주요 회사도 현재 빈 컨테이너 여유분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팬데믹 때는 당시 미 서부 항만에서 인력이 부족해 컨테이너 처리가 지연되며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중국의 컨테이너 독식으로 비슷한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중국 상하이항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박스 대여료도 급등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40피트 컨테이너 1개 대여료는 작년 11월 643달러였지만, 지난달 23일 기준 1107달러로 급증했다. 뉴욕까지 요금도 같은 기간 568달러에서 1200달러로 올랐다. 중국 다른 주요 항만도 비슷하다.
컨테이너 박스는 제작은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산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공급은 제한적이다. 해운 컨설팅 회사 드루리에 따르면, CIMC 등 중국의 4개 기업이 컨테이너 박스 생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하고 있다.